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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두 번 버려진 아이들 <중> 보육원이 더 좋아요

작성자 : 상록원
작성일 : 2016.06.06 17:04
조회 : 2105
첨부파일 :
엄마·할머니에 버림받은 상처 … “날 품어 주는 보육원이 좋아요”

친인척 손 몇 번 거친 후 복지시설 들어와
잦은 버려짐에 불안감 … 주위 눈치 많이 봐

밤마다 차가운 벤치나 공중화장실을 전전하던 주영이(14·가명)는 지난달 가출 6개월 만에 서울 금천청소년쉼터에서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하룻밤에도 몇 번씩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다행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던 모습은 최근 없어졌다.

서울 살던 주영이는 2년 전 부모가 이혼하면서 속초 할머니 집으로 보내졌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고 믿었던 엄마한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주영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것도 잠시. 할머니는 주영이를 막 대했다. 몇 푼 안 되는 학교 준비물 살 돈조차 받은 기억이 없다. “나가 죽으라”는 폭언은 예사였다. 지난해 9월 집을 나와 거리를 전전하다 쉼터를 찾았다. 먹지 못해 또래보다 마르고 얼굴에는 버짐이 피었다. 쉼터에서 할머니에게 연락했을 땐 “찾아갈 생각이 없으니 거기서 맡아달라”는 말만 돌아왔다.

13일 서울 수서동 서울아동복지센터에서 김서진(3·가명)군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서진이는 지난달 이 시설 현관 앞에서 보호자의 아무런 메시지 없이 발견됐다. [김경빈 기자]

주영이는 “차라리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끔찍한 할머니 집으로 가느니 나를 걱정해주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이곳이 더 좋다”고 말했다. 주영이는 다음 달 장기 보육시설로 간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보육시설로 가는 아이들이 하나 둘씩 늘고 있다. 외환위기 때처럼 실직이나 파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나 보호자들이 아이를 시설로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아동복지센터에 따르면 보육시설에 들어간 아이는 지난해 1~3월 88명, 7~9월 119명이었으나 10~12월에는 188명으로 증가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아이들에게 영향이 가파르게 찾아왔다. 한국아동복지시설협회 황용규 회장은 “외환위기 때는 1년가량 지난 뒤 애들을 보육시설로 보냈으나 이번에는 일찌감치 양육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저출산 때문에 보육시설로 오는 아이가 줄어 인력이나 시설을 줄여왔는데 이제 시설을 늘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주영이처럼 외환위기 때나 그 이후 부모한테 버림받고 친척집을 전전하다 보육원으로 버려진 애들도 적지 않다. 인천보육원 김영길 원장은 “2007년까지 애들이 줄어들다 지난해 하반기에 10명가량 들어왔다”면서 “부모→친인척→보육시설 과정을 거친 애들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상담전화를 한 사람의 10%가 부모가 아니라 할머니나 이모·고모 등 친인척이었다.

“애 부모 형편이 여의치 않아 데리고 있었는데 결혼하게 돼서 더 이상 맡을 수가 없다”는 고모, “엉겁결에 떠맡았는데 3년이 지나도록 부모와 연락이 안 돼 시설로 보내야겠다”는 이모, “딸이 이혼하면서 맡기고 갔는데 아파서 더 이상 데리고 있을 수 없다”는 할머니…. 이런저런 이유로 또 한 번 버림을 받으면서 아이들의 상처가 깊어진다.

이런 아이들은 유난히 먹는 것에 집착한다. 서울 사당동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음식에 대한 집착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다. ‘처음에만 먹을 걸 주고 나중에 안 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육시설에 가서야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는 경우도 많다. 일부 아동은 “집보다 보육원이 더 좋다”고 말한다.

지난해 말 상록보육원에 온 지현(10·가명), 지희(9·가명) 남매는 6년 전 아버지 사업이 망하면서 부모가 이혼했다. 엄마가 식당에서 일하며 남매를 키웠다. 식당 방 한쪽에서 살던 엄마는 아이들이 커가자 보육원에 맡겼다.

지현이는 “엄마와 살 때보다 더 좋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엄마랑 살 때는 학원을 그만뒀는데 여기 와서는 매일 영어·수학 학원을 다니고 학습지를 받아 보니까 성적이 올랐다”고 말했다. 지현이는 엄마와 살 땐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보육원에 온 뒤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학원에 다닌다. 지현이는 “2학기 기말고사 4과목 중 2과목을 100점 받아 반에서 2등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서정아 연구위원은 “해체 위험이 높은 가족을 지원해서 부모가 아이를 돌보도록 하는 게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안혜리·김은하·강기헌·김진경 기자, 임윤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년) , 사진=김경빈 기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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